사과는 '약'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건강에 좋은 과일이지만, 치아에는 독이 될 수도 있다.
사과의 건강 효과는 끝없이 나열할 수 있다. 사과 속 팩틴이 콜레스테롤을 조절해 심혈관계 질환에 좋고, 비타민 C는 피로 해소를 돕고, 식이섬유는 변비를 줄여주고 대장암 위험을 낮추며, 식후 포만감을 높여 다이어트를 돕기까지 하다. 그러나 장점만 있을 것 같은 사과가 치아에만큼은 탄산음료보다도 더 안 좋다. 충치 번식에 꼭 필요한 조건인 산과 당분을 모두 함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킹스칼리지 런던 치과 연구소 데이비드 바틀렛 박사 연구팀은 18~30세 성인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음료, 주류, 과일 등이 치아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했다. 그 결과, 탄산음료나 술보다도 사과가 치아에 가장 안 좋았다. 사과를 먹을 때 상아질 손상 위험이 3.7배나 너 높았다. 상아질은 치아의 혈관과 신경을 둘러싼 조직이다.
연구팀은 술이나 탄산음료는 입에 오래 머무르지 않지만, 당분과 사과는 오래 씹어야 해 입속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 사과의 산성과 당분이 치아에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사과는 섬유질이 많아 치아 사이에 찌꺼기로 낄 가능성도 크다. 양치질로 이 사이에 낀 사과 찌꺼기를 빠르게 제거하지 않으면 세균이 증식해 충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사과는 치태(플라크)도 증가시킨다. 스페인 산티아고콤포스텔라대 연구팀 연구 결과 사과의 산성 성분이 치태가 더 많이 쌓이도록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치태가 많으면 치태 속 세균이 독소를 만들어 잇몸과 치아를 손상시킨다.
사과를 먹기 전에 미리 양치하면 치아 손상을 막을 수 있다. 치약 성분이 치아의 에나멜층을 보호해 치아가 사과의 산 성분으로 부식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과일을 먹은 후에는 바로 양치하면 안 된다. 남아있는 산 성분이 치약 속 연마제와 만나면 치아가 부식될 수 있다. 양치는 물로 입안을 헹군 후 30분 뒤 하면 된다. 치실, 치간칫솔 등으로 치아 사이에 남아있을지 모르는 사과 찌꺼기를 깨끗이 제거하는 것도 중요하다.
사과를 먹을 때 우유나 치즈와 함께 먹는 것도 치아 부식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의 하나다. 우유와 치즈의 칼슘이 사과의 산 성분을 중화시키기 때문이다.
한편, 잇몸이 내려가 치아 표면이 닳는 치아경부마모증이 있거나 치아 마모 속도가 빠른 노인은 사과처럼 당과 산이 많은 과일 섭취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