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를 마신 뒤 늘 배가 아프고 설사를 한다면 '유당불내증'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 유당불내증은 대개 반복적으로 나타났다가 저절로 호전돼 병원을 찾는 경우가 적다. 또한 유당불내증이 있는 줄 모르고 병원에 갔다가 유당불내증 진단을 받기도 한다. 한양대병원 소화기내과 이강녕 교수는 "우유 섭취가 원인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복통과 설사가 반복돼 병원을 방문했다가 병력 청취 중 유당불내증이 진단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소장 점막 유당분해효소 부족이 원인, 대부분은 후천성
유당불내증은 유당이 함유된 음식을 섭취했을 때 복통이나 설사 등 소화 장애 증상이 발생하는 현상이다. 유당은 우유에 들어 있는 당분의 일종이다. 우유뿐 아니라 ▲치즈 ▲아이스크림 ▲요구르트 등 유제품 섭취량이 많을수록 유당불내증 증상이 생길 위험이 커진다.
유당불내증은 소장 점막에 유당분해효소(락타아제)의 활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소장에서 락타아제에 의해 분해되지 않은 유당이 소장에서는 수분을 끌어들이고, 대장에서 장내 세균에 의해 발효돼 가스 생성을 늘리면서 발생한다.
대부분의 유당불내증은 후천적으로 발생한다. 나이가 들면서 유당분해효소의 생성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유전적 특성도 원인 중 하나인데, 아시아인은 대개 6세 이후부터 체내 락타아제 생산량이 감소한다. 따라서 성인이 된 이후에는 유당불내성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한편 극히 드문 선천성 유당불내증이 아닌 이상, 감염·염증으로 인해 소장 점막이 손상돼 유당분해효소가 제거돼 유당불내증이 일시적으로 생기거나 심해지기도 한다.
증상, 개인차 심해… 단순 설사와 구분 위해 검사하기도
유당불내증의 주요 증은 ▲복통 ▲설사 ▲더부룩함 ▲팽만감 ▲가스 ▲구역감 등이다. 다만 이러한 증상들은 개인차가 심한 편이다. 가볍게는 뱃속에서 유난히 소리가 많이 나는 정도에 그치지만, 심각할 경우 심한 복통과 설사가 동반된다. 이강녕 교수는 "섭취한 유당의 양이 많을수록 증상이 심해질 수 있다"며 "특히 과민성장증후군과 같이 대장의 감각이 민감해진 환자에게서 증상이 더 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유제품 중에서도 유당이 제거된 우유나, 요구르트처럼 유당이 일부 발효된 식품의 경우 증상이 없거나 덜할 수도 있다.
유당불내증을 진단하는 가장 기초적인 방법은 임상 진단이다. 환자의 자세한 증상을 듣고 간접적으로 진단하는 방법이다. 보통 유당 함유 식품 섭취 시에만 증상이 발생하고, 이를 섭취하지 않았을 때 증상이 없어지는 것이 확인되면 유당불내증이라고 진단한다. 환자의 병력을 듣는 것만으로 진단이 어려울 때는 검사를 한다. 이는 ▲급성 장염 ▲과민성장증후군처럼 단순 설사의 원인이 되는 질환과 구분하기 위함이다. 우유나 유제품을 섭취한 후 30분에서 2시간 사이에 증상이 발생하는지를 확인하려는 목적이다. 주로 환자에게 일정량의 유당을 섭취하게 한 후, 장내에서 유당이 발효될 때 생기는 수소 가스가 날숨으로 배출되는 양을 측정한다.
우유 끊지 않아도 증상 완화 가능해
유당불내증은 약물치료나 수술처럼 확실한 치료법이 있는 질환은 아니다. 따라서 우유나 유제품 섭취를 제한하는 것이 증상을 겪지 않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맞지만, 이를 끊지 않고도 유당불내증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이강녕 교수는 "유당 함량이 많은 우유나 유제품 섭취를 제한하면 칼슘과 비타민D 결핍이 생길 수 있다"며 "하루에 두 잔 정도의 우유를 소량으로 나눠 매일 섭취하면 유당불내증이 있어도 복통 설사 등의 증상이 완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유당 섭취를 지속·반복하면 장내 세균이 유당에 적응한다. 따라서 장내 세균에 의한 유당의 발효에 영향을 미쳐 증상 발생의 정도·빈도가 감소한다. 한편 아이스크림은 지방 함량이 높고 차가워서 위 배출이 지연되므로 유당불내증 증상이 덜할 수 있다.
성장기인 어린이가 유당불내증이 있다면 성장에 중요한 영양소 공급원을 잃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때는 유당분해효소를 우유에 첨가하고 12시간 정도 냉장 보관을 하면 유당이 충분히 분해돼 증상을 피할 수 있다. 만약 유당이 함유된 음식을 제한하려면, 칼슘과 비타민D 결핍을 예방하기 위해 관련 보충제나 칼슘 함량이 많은 음식(▲멸치 ▲두부 ▲브로콜리 등) 섭취량을 늘리는 것이 좋다.